시기와 질투 정승현 기자 9668jsh@naver.com

2020년 10월 23일(금) 09:30

[전남도민신문 = 정승현 기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친구나 동료가 잘되면 기쁘기보다는 우울해지고 무척 속이 쓰라리다.
이것이 바로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으로 시기다. 중세 도덕 철학자들이 시기를 대죄에 포함 시킨 것은 시기를 통해 수많은 죄악이 나와 영혼과 삶을 파괴하기 때문이었다.
시기는 상대가 잘될 때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돌아서서는 그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은 야비한 속성이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지휘자인 살리레리가 황제의 초대를 받고 궁정의 하프시코드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보고 시기하여 마음에서 모차르트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키우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시기는 자기 행복을 위해 친구의 불행을 제물로 삼는 비틀어진 자기 사랑이다. 쥐를 잡아먹으려는 고양이 눈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이 시기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을 넘어뜨리는데 골몰한다. 시기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슬퍼하고 남의 불행을 기뻐하며 상대의 고통을 즐긴다는 뜻이다.
시기심 많은 자는 상대가 가진 것을 불편해한다. 시기의 대상은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다. 탐욕의 대상은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의 소유에 대한 비정상적인 마음을 가르친다.
질투는 이웃이 지닌 것을 자기가 소유하지 못한 사실에 슬퍼하는 것이고, 시기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이웃이 가진 사실에 슬퍼하는 것이다.
시기는 사람의 약점을 은근히 흘리고 뒤에서 수군거려 비난의 자식을 낳아 상대방을 무참히 넘어뜨리는 행동을 한다. 그러나 시기는 부메랑처럼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힌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시기와 질투의 비극이다.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오셀로의 성공과 미모의 아내를 시기했는데, 오셀로가 다른 부하인 카시오를 총애하여 부관으로 삼자 오셀로에게 앙심을 품는다.
그래서 오셀로에게 아내랑 카시오가 내연 관계라고 거짓말을 한다. 오셀로는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는데 모든 것이 이아고 계략임을 알고 괴로워하다가 자결한다.
시기하는 사람은 자기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상대방도 못 먹도록 재를 뿌리거나 약을 넣어 해를 가하고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 데 만족한다.
두 친구가 길을 가다가 왕을 만났다. 한 사람은 욕심이 많았고 다른 한 사람은 시기심이 많았다.
"만약 너희 중 한 명이 요청하면 무엇이든지 그대로 주겠다. 그러나 옆 사람에게는 두 배를 주겠다." 두 사람이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자 왕은 요청이 없으면 그냥 가겠다고 하니 시기심 많은 친구가 말했다.
"임금님, 저의 왼쪽 눈을 빼 주십시오."
그러면 친구는 두 눈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기를 이기려면 뒤에서 씹는 험담을 피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선을 차지하면 자기가 받을 선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여 시기하고 질투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다.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밝은 눈으로 바라보면 선을 나누어도 그 양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무제한으로 넉넉하게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시기는 힘을 잃는다. 즉 동료 의식은 공격을 막아 주는 강력한 방패다. 시기를 물리치는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무기는 사랑이다. 사랑은 친구가 잘될 때 기뻐하고 넘어질 때 마음 아파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쳐 주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바라야 할 최상의 목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지냄이 말할 수 없는 행복이다.
미움을 받아도 좋다. 그러나 미워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
미워하는 자에게 앙갚음함은 불 위에 석유를 붓는 것이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집 지붕에 앉아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되고, 미워하면 미워하는 사람의 집 일꾼까지도 미워하게 된다. 심하게 학대를 받아 죽이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더라도 사람이란 누구나 할 것 없이 창조주의 자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불쾌하게 대해준다 하더라도 형제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은 그 역시도 창조주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것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증오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 동네를 태워버릴 화재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원수를 너그럽게 대하게 되면 우리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증오를 깨끗이 씻어내는 결과가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단지 그의 모습을 빌려서 우리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속에 없는 것은 절대로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전쟁에 이긴 자는 많은 증오에 휩싸이기에 결국 어쩔 수 없는 패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남을 미워한 결과로 받게 되는 댓가는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부족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는 미움은 받아도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는다.